미국 / 2014 / 코미디 / 15세 관람가
오늘은 한국에선 '아메리칸 셰프'라는 이름으로 알려져있는 영화, 'Chef'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나는 2년전, 6개월간 약 700만원 정도를 모아 3개월만에 탕진한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한 계기 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 'Chef'였다.
그렇다고 도박을 했다거나, 비싼 물건들을 구매하여 탕진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가 유일하게 생각없이 돈을 쓸 수 있었던 한가지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여행'이었다.
배낭여행을 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돈이었지만, 내게는 등록금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써본 거금이었기 때문에
출발일이 가까워져갈 때 쯤 종종 계좌를 조회해볼 때마다,
처음으로 이만큼 큰 돈을 내가 모았다는 생각에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곤 했다.
그렇게 떠난 여행길에서, 난 700만원을 모두 써버리고 돌아왔다.
여행에는 동행도, 뚜렷한 목적도 없었기에 온전히 내가 원하는 대로 계획할 수 있었는데,
이때 꼭 가려고 했던 곳들 중에 하나가 '마이애미'였다.
영화 속에서의 마이애미는 주인공인 '칼 캐스퍼'셰프가
'트위터사건'으로 인해 크게 이슈화 된 후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또 그가 처음 요리를 시작한 곳이기도 했던 꽤나 상징적인 장소이다.
그렇게 처음 시작했던 그곳에서, 그는 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가 진짜로 하고싶어하던 요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서 자신을 모욕했던 평론가에게 비로소 다시금 인정을 받으며,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기본적인 흐름, 내용, 반전들 보다 영화에 소소하게 들어있는 요소에 더 크게 감동을 받는 편이다.
영화 속에서 분위기에 맞춰 흐르는 남미풍의 음악들,
자유로운 풍경과 그 속에서 춤추는 사람들, 그리고 곳곳에 숨어있는 센스있는 요소들을 보다보면
마치 내가 미국을 여행하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심장이 두근거리게 된다.
사실, 처음 이 영화를 봤던 때는 내가 조리를 전공할 때였는데,
당시 화려하고, 비싸고, 거의 예술에 가까운 별 다섯개짜리 요리가 최고라고 알던 나에게
이 영화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영화 속 요리는 엄청 화려하지도, 엄청 비싸지도 않았지만, 자유로웠고, 풍성했고, 진했다.
어쩌면 지금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있는 사람들에게
비싸고, 화려하고, 정돈된 것만이 최고라는 획일화된 사고를 강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이 영화는 그것만이 최고가 아니라고 묵묵히 외치는 영화인 것 같다.
오늘은 멋지고, 화려하고, 어렵고, 진지한 영화들 틈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맛을 내는 영화 'Chef'를 추천하고 싶다.
'La Quimbumbia - Perico Hernandez' 두 곡을 들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Jr. 말리A의 취향 > 너무 사랑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Her, 2013 (0) | 2018.08.01 |
---|---|
Eat Pray Love, 2010 (0) | 2018.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