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첫 글을 뭘로 써볼까?



생각하며 휴대폰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사진 한 장.
벌써 2년전이 되어버린 배낭여행 중
호주 시드니에 갔을 때 모리셋에서 만난 왈라비사진을 발견했다.
당시에 지인에게 동물원에 들어가지 않고도 왈라비떼를 만날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근처 울월스(한국의 이마트같은 대형체인마트)에서 베이비캐럿 한봉지를 사들고는
기차를 타고 약 한두시간을 달려 도착했었다.

인터넷을 여러번 검색한 결과, 
'모리셋파크'를 찍고 가는것보다 '모리셋병원'을 찍고 가면
더 많은 왈라비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차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려는데
배차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는지, 버스가 일찍 끊겼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목적지를 가기위해 차도를 걷고 또 걸었던 기억이 난다.

찻길도 지나고, 동네에 운영하는듯한 치과도 지나고, 나무숲도 지나치며 걷다보니
옆에 차한대가 우리에게 왈라비를 보러 가는거냐고 물었다.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여행하고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납치, 인신매매, 장기매매 등 온갖 상상이 떠오르려는 찰나,
운전석에는 40대정도 되어보이는 여자 한분 밖에 없었고,
전혀 납치와 관련이 없어보이는 잡동사니들이 뒷자석에 늘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은 안심하고 탈 수 있었다.

가는길에 어디서 왔냐, 여행중이냐 등의 질문을 하면서
이 길로 다니다 보면 종종 왈라비를 보러 가는 사람들을 발견해서 태워주곤 한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이 길은 제대로 찾아가는 길이 아니고,
다른방향에서 가로질러서 가야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갈 수 있다고 말하며
돌아가는 길을 설명해주었다.
만일 이 여자분을 안만났더라면 한참을 걸어도 도착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너무 감사해서 왈라비에게 주려고 했던 베이비캐럿이라도 주고싶었다..

그렇게 약 20분을 차를타고 들어가니 왈라비가 펼쳐졌다.
우리 외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왈라비를 보기 위해 방문해있었다.
왈라비는 무리를 지어 있었고, 
중간에 세워진 표지판에는 간이 되어있는 음식은 주지 말라는 문구가 써있었다.

처음에는 혹시나 달려와서 드롭킥을 날릴까봐 주저하며 당근을 내밀었지만,
위험성이 없다는 것을 우두머리가 확인 한 이후에는
암컷, 새끼 모두 근처로 와서 당근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당근을 앞발로 뺏어서 직접 잡고 먹기도 했다..
마트에서 당근을 구매할 때는 1봉지도 다 못쓰고 남는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다 주고나니 더 못사온게 아쉬웠다.

그렇게 가진 당근을 다 털리고 다시 기차를 타러 가는길.
안개같은 비를 맞으며 긴 숲길을 음악과 함께 걷던 길이 아직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 때의 그 길에 'Israel Kamakawiwo'ole - Over the rainbow, What a wonderful world'가
너무 잘 어울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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